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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넛 버터 팔콘 (꿈, 우정, 성장) 솔직히 이 영화는 예상 밖이었습니다. 장애를 가진 주인공이 나온다는 말에 "또 신파겠구나" 싶었는데, 보고 나서 한참을 멍하니 앉아 있었습니다. 피넛 버터 팔콘은 꿈을 향해 직접 움직인 사람의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서로 전혀 달랐던 두 사람이 어떻게 서로의 삶을 바꾸는지를 조용하고 따뜻하게 보여줍니다.꿈을 막는 환경, 그래도 움직인 사람저도 한때 하고 싶은 일이 있었는데 주변 상황 때문에 포기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잭이 요양원 창문을 넘어 속옷 바람으로 달리던 장면이 유독 오래 남았습니다. 무모하다고 볼 수도 있지만, 그게 그 사람이 가진 전부였으니까요.잭은 다운 증후군(Down Syndrome)을 가진 22살 청년입니다. 다운 증후군이란 21번 염색체가 하나 더 존재하는 선천성 염.. 2026. 5. 4.
나의 로맨틱 가이드 (배경과 맥락, 서사 구조, 삶의 적용) 열심히 준비했는데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상황, 한 번쯤 겪어보셨습니까? 영화 나의 로맨틱 가이드(My Life in Ruins, 2009)는 바로 그 감각에서 출발합니다. 저도 처음 이 영화를 보면서 "이건 그냥 여행 로맨스가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식은 넘치는데 정작 소통에서 실패하는 주인공의 모습이, 묘하게 제 이야기처럼 느껴졌기 때문입니다.그리스라는 배경이 만들어내는 맥락그리스는 서양 문명의 발상지(Cradle of Western Civilization)로 불립니다. 여기서 발상지란, 민주주의·철학·건축·올림픽 같은 인류 문화의 핵심 개념들이 처음 탄생하고 체계화된 장소를 의미합니다. 이 영화는 그 배경을 단순한 관광 로케이션으로 쓰지 않습니다. 파르테논 신전, 올림피아 유적, 아크로폴.. 2026. 5. 4.
리틀 보이 (아이의 믿음, 편견 극복, 전쟁 영화) 어른이 되면 기도가 이루어진다고 믿는 게 왜 이렇게 어려워질까요? 2015년 개봉한 영화 리틀 보이를 보면서 저는 그 질문을 정면으로 마주했습니다. 1940년대 태평양 전쟁을 배경으로 한 이 작품은 단순한 전쟁 영화가 아니라, 아이의 순수한 믿음이 주변 사람들까지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이야기입니다.아이의 믿음이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전쟁 영화라고 하면 보통 전선, 총성, 영웅적인 군인을 먼저 떠올리게 됩니다. 그런데 이 영화의 주인공은 키도 작고, 싸움도 못하고, 아직 아빠 없이는 세상이 무서운 여덟 살짜리 소년 페퍼입니다. 저는 솔직히 처음에는 '이게 무슨 전쟁 영화야'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보다 보니 그게 바로 감독 Alejandro Gómez Monteverde가 의도한 지점이.. 2026. 5. 3.
드래곤플라이 (상실, 애도, 베네수엘라)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저는 감정을 마주하는 대신 무언가에 몰두하는 버릇이 있습니다. 영화 드래곤플라이를 보면서 그 버릇이 정확히 화면 속에 있는 걸 보고 꽤 불편했습니다. 아내를 잃은 의사 조가 슬픔을 외면한 채 일에만 파묻히는 모습이 낯설지 않았거든요. 상실을 다룬 미스터리 드라마이지만, 보고 나면 한동안 마음 한쪽이 묵직하게 남는 작품입니다.슬픔을 외면하는 방식, 그리고 상실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드래곤플라이를 보기 전까지 저는 이 영화를 그냥 사후세계를 소재로 한 미스터리물 정도로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막상 보니 핵심은 따로 있었습니다. 아내 에밀리를 잃은 뒤 조가 보여주는 행동, 즉 쉬지 않고 일하고, 동료들과 충돌하고, 환자를 외면하는 일련의 모습들이 결국 제대로 된 애도(grief).. 2026. 5. 3.
크리스마스 스토리 (산타 기원, 상실과 성장, 선물의 의미) 솔직히 저는 산타클로스를 그냥 빨간 옷 입고 선물 나눠주는 캐릭터라고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2007년 핀란드 영화 《크리스마스 스토리(Joulutarina)》를 보고 나서, 그 전설이 실제로 얼마나 깊은 상실에서 시작되었을 수 있는지를 처음으로 진지하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산타 기원, 마법이 아닌 상처에서 시작된 이야기이 영화가 특별한 이유는 산타클로스의 기원을 마법이나 판타지로 풀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주인공 니콜라스는 어린 나이에 부모님과 동생 아다를 잃고, 마을 사람들이 1년씩 돌아가며 그를 돌보는 순환 위탁 방식으로 자라납니다. 여기서 '순환 위탁'이란, 한 가정이 아이를 영구적으로 맡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가정이 번갈아 책임을 분담하는 공동 양육 구조를 의미합니다. 현대 아동복지학에서도 이와 유.. 2026. 5. 2.
블루밍 러브 (두 가지 철학, 상처, 살아 있는 정원)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로맨스 영화라고 해서 가볍게 틀었는데, 다 보고 나서 한동안 멍하니 앉아 있었습니다. 영화 블루밍 러브(A Little Chaos)는 1682년 프랑스 베르사유 궁전 정원을 배경으로, 상처 입은 두 사람이 땅을 함께 일구며 서로에게 기대는 이야기입니다. 정원이라는 공간이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인물의 내면을 그대로 보여주는 장치로 쓰인다는 점에서, 보는 내내 묘하게 마음이 건드려졌습니다.정원이 품은 두 가지 철학저도 처음엔 이 영화가 그저 아름다운 궁정 로맨스일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두 주인공이 정원을 두고 부딪히는 장면부터 지켜지 달라졌습니다.앙드레 르 노트르는 프랑스를 대표하는 조경가(造景家)입니다. 조경가란 단순히 식물을 심는 사람이 아니라, 땅과 공간 전체를 .. 2026. 5.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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