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2년 개봉한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Everything Everywhere All At Once)'는 그 해 가장 독창적인 영화 중 하나로 평가받았으며, 2023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여우주연상 등 주요 부문을 휩쓴 이례적인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이 영화는 단순히 시각적 실험이나 다중우주 설정을 넘어서, 깊은 철학적 주제와 감동적인 가족 서사를 함께 아우르며 전 세계 관객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습니다. 복잡하고 혼란스러울 수 있는 이 작품을 좀 더 명확히 이해하고, 숨겨진 상징과 주제를 깊이 들여다보고자 한다면, 이 글이 훌륭한 가이드가 되어 줄 것입니다.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해석 : 다중우주의 철학과 실존적 메시지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이하 ‘올앳원스’)는 표면적으로는 SF 장르에 기반한 다중우주 액션 영화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이 영화의 본질은 실존주의와 허무주의에 대한 철학적 사유에 가깝습니다. 주인공 ‘에블린’은 세탁소를 운영하며 바쁘고 평범한 삶을 살고 있지만, 세무감사를 받기 위해 국세청을 방문하면서 그녀의 인생은 완전히 전환점을 맞이합니다. 이때 남편 ‘웨이먼드’의 다중우주 버전이 그녀에게 접근하여, 세계를 구할 자가 바로 ‘이 우주의 그녀’라는 말을 전하게 됩니다.
이후 에블린은 평행우주 속 수많은 다른 자아들과 연결되며, 각기 다른 삶을 경험하게 됩니다. 셰프, 무술가, 오페라 가수, 영화배우, 심지어 핫도그 손가락을 가진 자아까지—이 모든 버전은 그녀가 '선택하지 않은 삶'의 가능성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 설정은 장르적 장치를 넘어 철학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우리는 수많은 가능성 중 어떤 삶을 살고 있는가? 후회와 선택의 의미는 무엇인가?
악역으로 등장하는 ‘조부투파키’는 다중우주를 무한히 경험한 끝에 모든 것이 무의미하다는 결론에 도달합니다. 그녀는 모든 정보를 동시에 인식하는 존재이며, 그 결과 어떤 선택도 가치 없다고 느끼며 ‘베이글’이라는 무의미함의 상징 속으로 빨려 들어가려 합니다. 이는 극단적인 허무주의를 상징합니다. 반대로, 에블린은 수많은 우주를 통해 자신이 놓친 삶을 돌아보지만, 결국 지금의 삶과 가족, 사랑이야말로 가장 소중한 가치라는 깨달음을 얻습니다.
이 대조는 철학적으로도 흥미롭습니다. 조부투파키는 니힐리즘을 대표하고, 웨이먼드는 실존주의에서 말하는 ‘선택의 책임과 의미’를 보여주는 인물입니다. 영화는 “아무 의미도 없지만, 그래서 우리가 스스로 의미를 만들어야 한다”는 실존주의 철학자 장 폴 사르트르의 사상을 영화적 비주얼로 형상화하는 데 성공합니다.
또한, 영화는 불교의 ‘공(空)’ 사상, 도교의 ‘무위자연’ 개념과도 연결됩니다. 수많은 우주가 존재하지만, 결국 우리가 서 있는 현실, 즉 ‘지금-여기’의 순간이 가장 중요하다는 메시지는 동양적 가치관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명장면: 다중우주의 시각적 시퀀스와 상징성
'올앳원스'는 미장센, 편집, 컬러 팔레트, 사운드 디자인 등 영화적 언어를 총동원하여 다중우주라는 복잡한 세계관을 시청각적으로 압축하고 표현해낸 작품입니다. 특히 몽타주 기법과 극단적인 전환 컷들은 관객에게 혼란을 주는 동시에, 무한한 가능성을 직관적으로 전달하는 데 탁월합니다.
에블린이 수백 개의 우주를 ‘플립’하며 자신의 다른 자아들과 연결되는 장면은 이 영화의 시각적 정점입니다. 이 장면은 인간의 정체성과 선택의 다양성을 극적으로 표현하는 동시에, 관객 스스로의 삶을 되돌아보게 만듭니다. "내가 다른 길을 걸었다면 지금 어떤 모습일까?"라는 질문을 강렬하게 던지죠.
그 외에도 몇 가지 인상적인 장면을 꼽아볼 수 있습니다:
- 락쿠니 요리사 우주: 픽사 애니메이션 '라따뚜이'를 패러디한 이 장면은 단순한 유머를 넘어, 도움을 받아야만 완성되는 인간관계를 은유합니다. 에블린이 동료 셰프의 머리카락을 조종하여 요리를 성공시키는 장면은, 혼자가 아닌 ‘함께’라는 가치를 강조합니다.
- 핫도그 손가락 우주: 처음엔 웃음을 유발하는 이 장면은, 오히려 후반부에 감동적인 사랑의 표현으로 바뀝니다. 이 우주에서는 손가락을 사용하는 대신 발로 피아노를 치고, 입으로 예술을 나누며, 서로의 존재를 존중합니다. 이는 ‘형태는 달라도 감정은 같다’는 포용의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 국세청 액션 시퀀스: 국세청이라는 지극히 현실적이고 일상적인 공간이 다중우주 전투의 중심지가 된 설정은 유머와 풍자의 정점을 보여줍니다. 이 장면은 에블린이 현실의 문제(세금, 가족, 자아)를 물리적 전투로 상징적으로 해결하는 서사 장치입니다.
또한, 영화의 소리 디자인도 주목할 만합니다. 각 우주는 고유한 음악과 분위기를 지니고 있으며, 이는 관객이 혼동되지 않도록 직관적으로 세계관을 구분짓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영화 음악은 때로는 절박하고, 때로는 따뜻하며, 때로는 황당함을 배가시킵니다.
주제: 가족, 수용, 정체성의 통합
‘올앳원스’의 핵심은 다중우주가 아니라 ‘가족’입니다. 특히, 이민자 가정의 현실과 부모-자식 간의 갈등이 영화의 감정적 중심을 이룹니다. 주인공 에블린은 남편 웨이먼드, 딸 조이, 그리고 그녀의 노모와 함께 살아가며, 세탁소 운영과 언어 문제, 세무 감사 등으로 지쳐 있습니다. 에블린은 늘 "이 삶 말고 다른 삶이 있을 수 있었는데..."라는 후회를 안고 살죠.
딸 조이는 동성애자이며, 에블린은 이를 쉽게 받아들이지 못합니다. 문화적 배경, 세대 차이, 정체성에 대한 이해 부족은 모녀 사이에 갈등을 심화시킵니다. 조이의 다중우주 버전인 ‘조부투파키’는 이러한 갈등이 극단화된 결과입니다. 결국, 영화는 부모 세대가 자녀 세대를 어떻게 수용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집니다.
웨이먼드는 영화의 감정적 중심입니다. 겉으로 보기엔 소심하고 무능한 남편처럼 보이지만, 그는 끊임없이 '친절함(kindness)'을 통해 세상을 대합니다. 그는 극중에서 “내 방식은 싸우지 않는 거야. 대신 사랑하고, 이해하고, 기다리는 거지.”라는 대사를 통해 영화의 핵심 철학을 전달합니다. 결국 에블린은 이 방식을 받아들이며, 무한한 가능성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가까운 사람과의 연결’이라는 진리를 깨닫습니다.
이러한 주제는 현실적인 사회 문제와도 연결됩니다. 이민자 정체성, 세대 간 갈등, 성소수자에 대한 수용, 가부장제 비판, 여성의 자기실현 등 다양한 담론을 영화는 은유와 상징을 통해 효과적으로 담아냅니다.
추가 분석: 제작 배경과 수상 의미
이 영화는 A24가 제작하고, ‘다니엘스(Daniels)’로 알려진 다니엘 콴과 다니엘 셰이너트가 공동 감독한 작품입니다. 이들은 과거에도 실험적인 영상물로 주목을 받았으나, ‘올앳원스’를 통해 메이저 시상식의 문턱을 완전히 허물었습니다. 이 영화는 비교적 저예산(약 2500만 달러)으로 제작되었음에도 불구하고, 1억 달러 이상을 전 세계에서 벌어들이며 흥행에도 성공했습니다.
2023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이 작품은 다음과 같은 주요 부문을 수상했습니다:
- 작품상
- 감독상
- 여우주연상 (양자경, 아시아계 여성 최초 수상)
- 남우조연상 (케이 호이 콴)
- 여우조연상 (제이미 리 커티스)
- 각본상
- 편집상
이러한 수상은 아시아계 배우와 감독, 제작진이 미국 영화계의 중심에서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역사적인 의미를 지닙니다. 특히 양자경은 “아시아 소녀들에게 오늘의 수상이 희망이 되길”이라는 수상 소감으로 깊은 울림을 전했습니다. 이 영화는 다양성과 포용성, 독창성이 평가받는 새로운 시대의 도래를 상징하는 이정표이기도 합니다.
결론: 요약 및 Call to Action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는 단순히 다중우주라는 SF 소재를 활용한 영화가 아닙니다. 이는 우리 모두가 삶 속에서 겪는 갈등, 혼란, 선택, 그리고 후회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영화는 복잡한 구성과 기이한 설정을 통해, 결국 가장 단순한 진실에 도달합니다. "지금 이 순간, 곁에 있는 사람과의 관계가 가장 중요하다."라는 메시지 말이죠.
다시 보면 볼수록 새로운 해석이 가능한 이 영화는 반복 관람을 통해 더 깊이 있는 감동을 전합니다. 여러분이 처음 봤을 때 놓쳤던 상징과 주제를 이 글을 통해 다시 조명해보시길 바랍니다. 이 글이 ‘올앳원스’를 다시 만나는 여러분의 여정에 의미 있는 안내서가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