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63년, 미국 정부는 600명의 사람을 우주선에 태워 100년간의 항해를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그 우주선은 단 한 번도 지구를 떠난 적이 없었습니다. 저는 이 설정을 처음 접했을 때 솔직히 말해서 등골이 오싹했습니다. 단순한 SF가 아니라는 걸 그 순간 직감했습니다.
50년간 아무도 의심하지 않은 세계, 그 배경
어센션은 폐쇄형 서사 구조(closed narrative)를 기반으로 합니다. 폐쇄형 서사 구조란 제한된 공간 안에서 등장인물들이 외부와 단절된 채 사건을 겪는 방식으로, 하나의 소우주 안에서 갈등과 비밀이 응축되는 구조입니다. 우주선이라는 설정이 이 방식에 완벽하게 맞아떨어집니다.
1963년에 발사된 것으로 설정된 어센션 호에는 600명이 탑승해 있습니다. 이들은 2세대, 3세대에 걸쳐 태어나고 죽으며 우주선 안에서 평생을 살아갑니다. 외부 세계를 한 번도 경험한 적 없는 사람들이 그 안의 질서를 절대적인 것으로 받아들이며 살아가는 거죠. 저도 오래된 조직 안에 있다 보면 비슷한 감각을 느낀 적이 있습니다. 반복되는 구조 속에서 "원래 이런 거겠지" 하고 넘기다가, 나중에 한 발 떨어져 보면 꽤 이상한 상황이었던 경우들이요.
극 중 어센션 호는 출산 허가제(birth permit)를 운영합니다. 출산 허가제란 인구를 600명으로 고정 유지하기 위해 사망자 수만큼만 임신과 출산을 허용하는 제도로, 드라마에서는 '스타'라는 행사를 통해 추첨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생명의 탄생조차 통제받는다는 설정은, 단순한 SF 장치가 아니라 전체주의적 바이오폴리틱스(biopolitics)의 극단적 예시처럼 느껴졌습니다. 바이오폴리틱스란 미셸 푸코가 제시한 개념으로, 국가나 권력 기관이 인간의 신체와 생명 자체를 통치의 대상으로 삼는 방식을 의미합니다.
살인 사건이 드러낸 것들, 그 반전 설정의 핵심
드라마의 출발점은 젊은 여성 로렐라이의 죽음입니다. 발사 50주년 기념식이 열리던 날 밤, 로렐라이는 동생 크리스타에게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됩니다. 부함장이 살인 사건임을 확인했지만, 어센션 사람들은 50년간 유지해 온 평화를 깨고 싶어 하지 않습니다. 저는 이 장면이 꽤 현실적으로 느껴졌습니다. 어떤 조직 안에서 문제를 드러내는 사람이 되기보다 분위기를 깨는 사람으로 보일까 봐 눈을 감아버린 경험이 제게도 있었기 때문입니다.
수사가 진행되면서 드러나는 핵심 요소들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어센션 호 내에는 무기 소지가 원칙적으로 금지되어 있지만, 로렐라이는 총상을 입은 채 사망했습니다.
- 출산 허가 없이 임신한 사실이 통신 기록에서 발견됩니다.
- 발전기 폭발, CCTV 영상 삭제 등 누군가 조직적으로 사건을 은폐하고 있습니다.
- 크리스타는 초인적 능력을 드러내며, 프로젝트의 진짜 목적과 연결됩니다.
그리고 시즌 1 최고의 반전은 바로 이것입니다. 어센션 호는 발사된 적이 없습니다. 우주선은 지구 어딘가에 그대로 있고, 이 모든 것은 인간을 대상으로 한 장기 사회 실험(long-term social experiment)이었습니다. 장기 사회 실험이란 특정 조건 아래 인간 집단의 행동, 심리, 사회 구조 변화를 수십 년에 걸쳐 관찰하는 연구 방식으로, 실제 심리학 연구에서도 윤리 문제로 논란이 된 스탠퍼드 감옥 실험(1971)이 대표적 사례입니다(출처: Stanford University).
이 반전을 알고 나서 앞 장면들을 다시 떠올려보니 완전히 다르게 읽혔습니다. 그 먹먹함은 오래 남았습니다. 한 작품에서 설정 하나 때문에 전체 감상이 뒤집히는 경험은 흔하지 않은데, 어센션은 오랜만에 그런 작품이었습니다.
이 작품이 불편하게 던지는 질문, 그리고 남는 아쉬움
어센션이 진짜 무서운 이유는 외계인이나 괴물이 나오기 때문이 아닙니다. 인간이 목적을 위해 다른 인간의 삶 전체를 설계하고 관리할 수 있다는 가능성, 그게 섬뜩한 겁니다. 약물을 식사에 섞어 행동을 통제하고, 내부 사건을 은폐하고, 태어날 아이의 수까지 정하는 이 구조는 단순한 음모론이 아니라 권력의 작동 방식에 대한 우화처럼 읽힙니다.
사회심리학에서는 이를 상황 통제(situational control)라고 부릅니다. 상황 통제란 개인의 행동이나 인식을 환경 자체를 설계함으로써 유도하는 방식으로, 인간은 충분히 고립되고 반복된 환경에 놓이면 그 안의 규칙을 자연스럽게 내면화한다는 연구 결과들이 있습니다(출처: American Psychological Association). 어센션의 인물들이 우주선 안의 질서를 당연하게 받아들이며 사는 모습은 그래서 더 설득력 있게 느껴졌습니다.
다만 솔직히 아쉬운 점도 있습니다. 살인 수사, 계급 갈등, 비밀 실험, 크리스타의 초인적 능력, 외부 조사관의 추적까지 이렇게 많은 서사가 동시에 전개되다 보니, 어떤 부분은 충분히 파고들기 전에 다음 미스터리로 넘어가는 인상이 있었습니다. 제가 직접 보면서 가장 답답했던 건 크리스타의 능력과 프로젝트의 궁극적 목적인데, 시즌 1 기준으로는 설명보다 암시가 훨씬 많습니다. 이 설정을 더 정교하게 풀어냈다면 훨씬 대작이 됐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결국 어센션은 보고 나서 한참 동안 "만약 저라면 그 안에서 진실을 의심할 수 있었을까?"를 생각하게 만드는 작품입니다. 단순히 반전이 강한 드라마가 아니라, 닫힌 세계 안에서 길들여진 인간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우주선을 배경으로 한 SF를 좋아하는 분이라면, 그리고 인간 심리나 권력 구조에 관심 있는 분이라면 한 번쯤 볼 만한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단, 깔끔한 결말을 원하신다면 다소 답답하게 느껴질 수 있다는 점도 미리 알아두시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