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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워바디 현실, 고시생, 심리

by seilife 2025. 11. 22.

 

영화 아워바디는 현실에 지친 청년들의 심리적 무게와 정체성 위기를 그린 한국 영화입니다. 고시생이라는 설정을 통해 반복되는 일상, 성취 없는 시간, 자기 부정과 같은 내면의 갈등을 깊이 있게 표현하고 있으며, 단순한 서사가 아닌 현실에 밀착한 진솔한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특히 여성 주인공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자아 탐색과 몸에 대한 인식의 변화는 관객에게 낯설지만 현실적인 공감을 이끌어냅니다.

현실을 정면으로 마주한 영화 ‘아워바디’

아워바디는 상업 영화에서 보기 드문 시선으로 현실을 응시합니다. 영화는 고시 준비에 오랜 시간을 보내고 있는 30대 여성 자영을 주인공으로 설정하여, 성과 중심의 사회에서 느끼는 자아 상실과 무기력함을 탁월하게 묘사합니다. 자영은 8년째 행정고시를 준비하고 있지만, 반복되는 실패와 그에 따른 자기 회의로 점점 삶의 의미를 잃어갑니다. 아침에 일어나 독서실로 향하고, 커피숍에서 일하고, 밤이 되면 허무한 감정 속에서 잠드는 일상은, 성공이라는 목표만을 향해 사는 수많은 청년들의 모습을 투영하고 있습니다.

이 영화는 주인공의 특별한 사건보다는 그가 겪는 ‘평범하고 반복되는 무의미한 시간’을 통해 현실의 단면을 보여줍니다. 자영이 도서관에서 잠에 들거나,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의 어색한 대화 속에서 느끼는 거리감 등은 관객들에게 강한 몰입감을 주며, 자신도 모르게 주인공의 내면과 교감하게 만듭니다. 영화 속에는 큰 갈등이나 반전이 없지만, 그 잔잔한 흐름이 오히려 현대인의 무기력과 우울, 불안 등을 더욱 현실적으로 떠올리게 합니다. 자영은 어느 날 우연히 건강한 삶을 추구하는 미소라는 인물을 만나며 조금씩 자신을 돌아보게 되지만, 그 변화조차 쉽지 않고 지속되지 않습니다. 변화는 항상 어렵고, 때론 고통스럽다는 현실이 이 영화에는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감독은 인위적인 극적 장치 없이 있는 그대로의 삶을 보여주며, 관객들이 자영의 시선을 따라가게 만듭니다. 자영이 자전거를 타고 도시를 헤매거나, 새벽에 텅 빈 골목을 걷는 장면 등은 말 없이도 그녀의 심리 상태를 효과적으로 전달합니다. 특히 현실을 사실적으로 담아낸 카메라의 시선은 영화의 몰입도를 높이고, 등장인물들의 말 없는 감정선마저도 섬세하게 보여주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합니다.

고시생으로 살아간다는 것의 진짜 의미

고시생이라는 말은 단순한 신분을 넘어, 현대 한국 사회에서 청년이 처한 구조적인 현실을 상징합니다. 아워바디의 자영은 8년 동안 행정고시를 준비했지만, 어떤 시험에도 합격하지 못했습니다. 그녀는 스스로에 대한 실망, 가족의 기대, 주변 사람들의 비교 속에서 점점 자신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특히 고시생이라는 신분은 그녀의 정체성을 통째로 대변하며, 자아를 갉아먹는 또 다른 무게로 작용합니다. 시험에서 떨어질 때마다, 그녀는 단순히 실패자가 아니라, 인생 자체를 실패한 것처럼 느낍니다. 이처럼 영화는 고시라는 제도 이면에 존재하는 심리적 폭력과 정체성 해체의 문제를 깊이 있게 다룹니다.

또한 이 영화는 고시를 포기한 뒤에도 이어지는 삶의 공허함과 혼란을 보여줍니다. 자영이 공부를 멈춘 뒤 겪는 삶은 결코 평온하지 않습니다. 그녀는 일자리를 구하거나, 새로운 인간관계를 만들기도 하지만, 그 모든 과정에서 ‘지금 나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에 대한 불안함을 떨치지 못합니다. 이 지점은 고시를 준비하다 중도에 포기한 많은 청년들의 공감 포인트가 되며, 단순한 영화 속 설정이 아닌, 현실의 연장선상에 있는 이야기로 다가옵니다.

특히 영화는 자영의 몸과 관련된 상징을 통해, 그녀가 자아를 되찾아가는 과정을 은유적으로 표현합니다. 운동을 시작하면서 점차 자신의 몸을 인식하게 되고, 이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자기 존재를 받아들이려 노력하는 모습은 매우 섬세하게 그려집니다. 몸의 감각을 되찾는 과정은 곧 자영이 자기 자신을 회복해 나가는 과정이며, 관객에게도 스스로를 돌아보게 만드는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심리묘사와 연기의 절묘한 조화

이 작품의 가장 큰 강점 중 하나는 배우 최희서의 뛰어난 연기력과 감독 한가람의 섬세한 연출이 만들어낸 심리 묘사입니다. 영화는 자영의 말보다도 그녀의 표정과 행동을 통해 심리 상태를 전달합니다. 대사 없이도 자영의 고민, 상실감, 외로움, 불안함이 고스란히 전달되며, 이는 관객들에게 현실보다 더 현실적인 감정을 느끼게 합니다. 최희서는 주인공의 내면을 진솔하게 표현해내며, 자영이라는 인물이 단지 영화 속 인물이 아니라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한 사람임을 느끼게 해줍니다.

영화의 배경음악과 사운드 또한 심리 묘사를 강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과한 음악 없이 주변 소리와 침묵을 활용하여 자영의 공허함과 외로움을 극대화시키며, 때로는 이 침묵이 오히려 더 큰 감정의 파도를 만들어냅니다. 또한 자영과 미소의 관계, 가족과의 갈등, 사회적 소속감의 부재 등 다양한 측면에서 자영의 심리는 점층적으로 드러나며, 이 복합적인 감정선은 영화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더욱 풍부하게 만들어 줍니다.

감독은 인터뷰에서 “사람이 자기 몸을 인식하고 느끼는 방식은 곧 삶을 대하는 태도”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자영이 운동을 통해 몸의 감각을 깨우고, 타인과의 관계를 통해 자신을 객관화하면서 점차 내면의 균형을 되찾아가는 과정은 단순한 외적 변화가 아니라 깊은 심리적 전환을 의미합니다. 이 영화는 누구나 겪을 수 있는 혼란과 불안을 정면으로 응시하면서, 그 속에서 조금씩 희망을 찾아가는 방식으로 깊은 울림을 남깁니다.

영화 아워바디는 단순한 고시생 이야기나 여성 성장 드라마를 넘어,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겪는 자아 정체성의 위기, 사회적 낙인, 심리적 공허함을 조명하는 작품입니다. 주인공 자영은 성공도 실패도 아닌 애매한 상태에서 자신을 찾기 위한 여정을 시작합니다. 그 여정은 쉽지 않지만, 한 걸음 한 걸음이 결국 자신에게 다가가는 길임을 보여줍니다. 이 영화는 지금 이 순간에도 ‘나는 누구인가’, ‘나는 무엇을 원하는가’를 고민하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진심 어린 위로를 전합니다. 자아를 잃고 헤매는 수많은 청춘들에게 아워바디는 조용하지만 강한 메시지를 던집니다. 삶의 방향을 잃은 이들에게 이 영화는 스스로를 되돌아볼 수 있는 소중한 거울이 되어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