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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즈 앤올 해석 (청춘, 식인, 구원)

by seilife 2026. 1. 2.

2022년 개봉한 영화 ‘본즈 앤올(Bones and All)’은 단순한 공포물이나 로맨스 영화로 분류되기엔 지나치게 깊고 감각적이며, 철학적이다. 이 작품은 식인을 소재로 다루지만, 진정으로 말하고자 하는 주제는 인간의 외로움, 소속되지 못한 자의 고독, 존재의 본질, 그리고 궁극적인 사랑이다. 영화의 배경은 1980년대 미국 중서부. 시대적 고립감과 공간적 황량함은 주인공들의 외로움과 정체성 혼란을 극대화시킨다.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은 이 기묘하고도 아름다운 이야기를 통해 "정상"의 경계를 벗어난 사람들의 삶을 온기 있게 그려낸다. 식인을 단순한 자극적 설정이 아니라, 타인과의 거리감, 자신을 받아들이는 문제, 그리고 본능과 윤리 사이의 경계로 삼아 이야기의 무게를 더한다. ‘본즈 앤올’은 단순히 장르 영화로 접근해서는 결코 파악할 수 없는 감정의 깊이를 담고 있으며, 2024년 현재까지도 전 세계 영화 팬들 사이에서 다시 조명되고 있는 작품이다.

본즈 앤올 청춘 로드무비

‘본즈 앤올’은 한 소녀의 도망이 아닌, 정체성을 찾아가는 성장의 여정이다. 주인공 마런은 열여덟 살이 되던 생일 밤, 친구의 손가락을 물어뜯고 피를 마시게 되면서 자신의 정체성이 ‘식인’임을 자각하게 된다. 그 후 아버지는 짐만 남긴 채 사라지고, 마런은 유일한 혈육인 어머니를 찾기 위해 미국 전역을 떠도는 여정을 시작한다. 이 여정이 곧 그녀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이자, 관객에게 그녀의 내면을 깊숙이 들여다보는 통로가 된다.

영화의 배경은 미국 중서부의 광활한 평야, 낡은 도심, 허름한 모텔, 텅 빈 고속도로 등으로 채워져 있다. 이 모든 공간들은 한결같이 쓸쓸하고 삭막하다. 마런이 이동하는 도시마다 그녀는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자신의 본능과 마주하며, 점점 인간으로서의 감정을 되찾아간다. 구아다니노 감독은 이러한 공간적 이동을 통해 단지 로드무비의 형식을 빌리는 데 그치지 않고, 마런의 심리적 변화를 효과적으로 시각화한다.

청춘 영화의 전형은 대부분 ‘자기 수용’과 ‘소속 찾기’라는 두 축으로 움직인다. ‘본즈 앤올’도 이 틀 안에 있으나, 식인이라는 극단적 설정을 통해 더욱 선명한 방식으로 메시지를 전달한다. 마런은 사회로부터 소외된 존재이며, 그녀의 존재 자체가 ‘비정상’으로 낙인찍힌 상태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식인자인 리와 만나면서 처음으로 누군가와 정서적 유대를 경험한다. 이들은 말 그대로 정상의 경계를 벗어난 청춘이지만, 그만큼 더 진솔하게 서로를 이해하고 감정을 나눈다.

마런과 리가 만나는 장면은 단순한 연애의 시작이 아닌, 마치 ‘자기 종족’을 만난 듯한 운명적 만남이다. 둘은 그 누구에게도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낼 수 없었던 외로운 삶을 살아왔기에, 서로의 존재 자체가 안식처가 된다. 이들이 떠도는 여정은 그래서 더욱 절박하고 애틋하다. 청춘은 늘 외롭고 불안한 길 위에 존재하며, ‘본즈 앤올’은 그 감정을 고스란히 스크린 위에 펼쳐 보인다.

또한 영화는 식인을 ‘다름’의 상징으로 제시함으로써, 사회에서 배제된 존재들의 정체성과 존재 이유를 묻는다. 마런이 사회적 시선 속에서 괴물 취급을 받을 수밖에 없는 존재라는 점은, 성소수자, 장애인, 정신질환자 등 현실 속 다양한 경계인들의 삶을 상징적으로 투영한 장치로도 해석될 수 있다. 이처럼 영화는 단지 무서운 이야기가 아니라, 시대와 사회의 시선 속에서 '다른 존재’로 살아가는 이들의 감정적 진실에 대한 예술적 고백이다.

식인이라는 메타포, 본능과 죄책감

‘본즈 앤올’의 식인 설정은 단순한 충격요소가 아니라, 인간의 내면 깊은 곳을 상징적으로 끌어내는 장치다. 감독 루카 구아다니노는 이 식인을 인간의 ‘억압된 본능’, ‘사회가 규정한 경계 바깥의 욕망’으로 치환한다. 주인공들이 느끼는 갈등은 단지 육식을 넘어서, 자신도 통제할 수 없는 충동에 대한 공포와 거부감, 그리고 자기혐오에 가깝다.

마런은 스스로의 식인 본능을 끔찍이 두려워하고, 거부한다. 이는 우리가 사회 속에서 자신의 정체성이나 충동을 감추며 살아가는 모습과 매우 유사하다. 현실에서도 사람들은 사회가 인정하지 않는 감정이나 취향, 본능을 억누르며 살아가며, 자신이 '비정상'이라 느끼는 자아에 대해 죄책감을 느낀다. 영화는 이러한 감정을 극대화하여, 마런의 식인을 통해 ‘나는 왜 이렇게 태어났는가?’라는 존재론적 질문을 끊임없이 제기한다.

리의 캐릭터는 이러한 내면적 갈등이 조금 더 외부로 투영된 형태다. 그는 이미 자신의 식인 본능을 받아들였지만, 그만큼 깊은 상처와 죄책감을 안고 살아간다. 리는 어릴 때부터 어쩔 수 없이 사람을 먹고 살아야 했고, 그 때문에 가족과 사회에서 모두 배제된 채 살아왔다. 그가 마런을 만나 사랑하게 되는 것은, 처음으로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주는 존재를 만났기 때문이다.

또한 영화에 등장하는 ‘설리’라는 인물은 식인을 타락한 방식으로 수용한 극단적인 예다. 설리는 마런에게 다가와 "우리는 같은 존재"라고 말하지만, 그의 식인은 타인을 지배하고 소유하려는 방식으로 발현된다. 설리는 타인의 존재를 ‘먹음’으로써만 사랑을 느낄 수 있다고 믿으며, 이는 식인이 타인에 대한 통제 욕망, 완전한 소유의 메타포임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흥미로운 점은, 영화 후반으로 갈수록 마런이 점점 본능을 억제하려 하지 않고, 이해하고 수용하려는 방향으로 성장한다는 것이다. 이는 식인을 단지 나쁜 것으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인간 내면의 어두운 본성 역시 나 자신을 구성하는 일부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과정이다. 즉, 영화는 ‘괴물은 내 안에 있다’는 현실을 직시하면서도, 그 괴물마저 이해하고 살아가는 것이 진정한 인간성임을 말한다.

이러한 철학적 메시지는 영화의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동시에, 관객으로 하여금 자신 안의 숨겨진 욕망이나 두려움과 마주하게 만든다. 식인을 통해 사랑, 소유, 죄책감, 자기수용 등 수많은 인간 심리의 결을 풀어내는 방식은 예술적으로도 탁월하며, 본즈 앤올을 단순한 영화 이상의 감정적 체험으로 승화시킨다.

로맨스의 형태, 상처와 구원의 서사

‘본즈 앤올’에서 가장 파괴적이면서도 순수한 것은 바로 마런과 리의 사랑이다. 이들은 사회로부터 배척당한 존재들이다. 부모에게서 버림받았고, 사회의 규범에 속하지 않으며, 본능조차 통제되지 않는다. 그러나 그런 이들이 서로를 만났을 때, 처음으로 '정상’처럼 사랑하고, 소속감을 느낄 수 있게 된다.

마런은 리에게서 조건 없는 수용을 경험한다. 자신의 식인 본능을 고백해도 도망치지 않고, 오히려 “나는 너를 이해해”라고 말해주는 리의 존재는 마런에게 있어 구원에 가깝다. 마런 역시 리가 겪어온 고통을 알게 되며, 그를 비난하지 않고 그의 어둠까지도 사랑한다. 이들의 관계는 단순히 감정적인 사랑을 넘어서, 서로의 트라우마를 공유하고 보듬어주는 심리적 치유의 공간이 된다.

특히 인상적인 장면은 마런이 리의 가족 이야기를 들으며 눈물을 흘리는 장면이다. 리는 동생과 함께 있었던 불행한 과거를 떠올리며, 그 기억이 자신을 어떻게 만들었는지를 고백한다. 그때 마런은 어떤 판단도 하지 않고, 그저 ‘있어주는’ 존재가 된다. 이때부터 두 사람의 사랑은 더 이상 낭만이 아니라, 서로의 아픔을 껴안는 공존의 형태로 바뀌기 시작한다.

이 관계는 결국 파국으로 끝난다. 리는 마런을 위해 마지막 희생을 선택하고, 마런은 그를 온전히 받아들이며 리를 ‘먹는다’. 이 장면은 매우 충격적이지만, 영화 내내 반복되던 ‘Bones and All’이라는 개념 — 즉, 어떤 존재를 뼈와 살까지 전부 받아들이는 사랑 — 을 상징적으로 완성하는 순간이다. 이 장면을 통해 관객은 사랑이란 결국 타인의 가장 추악한 모습까지도 포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역설적인 진리를 마주하게 된다.

이 영화에서의 로맨스는 아름답고 안정적인 것이 아니라, 불완전한 두 존재가 서로를 통해 완성을 추구하는 고통스러운 여정이다. 그러나 이 여정이기에 더 진실되고 감동적이다. 우리는 모두 누군가에게 이해받고, 받아들여지고 싶어 한다. 본즈 앤올은 그 욕망의 가장 극단적인 형식을 통해, 사랑의 본질을 묻는다.

‘본즈 앤올’은 잔인하고 불편한 영화일 수 있다. 하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이 영화는 가장 인간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다. 식인이라는 충격적 소재 안에는 사회적 소외, 존재의 위기, 청춘의 불안, 그리고 사랑이라는 감정이 밀도 높게 녹아 있다. 마런과 리의 여정은 단지 영화 속 이야기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삶과 감정 속에 있는 외로움과 욕망을 은유적으로 그려낸다. 지금까지 보지 못한 방식으로 사랑을 이야기하고, 다름을 이해하며, 본능과 윤리 사이의 갈등을 정면으로 마주한 이 작품은, 오래도록 곱씹을 수밖에 없는 질문을 남긴다. 감히 말하건대, ‘본즈 앤올’은 불편함을 넘어선 ‘위대한 감정의 예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