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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버넌트 (집념 ,부끄러운 감정, 호불호)

by seilife 2026. 4. 4.

레버넌트

영화 레버넌트를 보고 나서 한동안 멍하게 앉아 있었어요. 보통 영화 보고 나면 “재밌다”거나 “별로다” 이런 식으로 바로 정리가 되는데, 이건 좀 달랐어요. 딱히 통쾌하지도 않은데 계속 머릿속에 남고, 장면 몇 개가 아니라 그 상황 자체가 계속 떠오르더라고요.

특히 이상했던 건, 영화를 본 느낌이 아니라 내가 같이 버틴 느낌이 들었다는 거예요. 춥고, 아프고, 숨 막히고, 솔직히 편하게 본 영화는 아니었어요. 근데 그래서 더 오래 남는 것 같았습니다.

생존이 아닌 집념을 말하는 영화

시작부터 분위기가 심상치 않습니다. 숲 속에서 사냥하던 사람들, 갑자기 공격당하고, 총을 들고 있어도 화살에 쓰러집니다. 여기서 이미 느껴져요. 아 이거 인간이 이길 수 있는 판이 아니구나.

주인공 글래스는 육지로 이동하자고 합니다. 더 위험해 보이는데도, 경험이 있으니까 그렇게 판단한 거죠. 근데 결과적으로 보면, 이 선택 하나가 모든 걸 바꿔버립니다.

그리고 그 곰 장면. 이건 진짜... 유명해서 알고 봤는데도 생각보다 훨씬 더 버겁더라고요. 그냥 액션이 아니라 “아프다”라는 감정이 그대로 느껴져요.

물어뜯기고, 끌려다니고, 숨도 제대로 못 쉬는 상황. 보면서 나도 모르게 몸에 힘 들어갔어요. 영화 보면서 이렇게까지 긴장한 건 오랜만이었습니다.

겨우 살아남았는데, 문제는 그다음입니다. 사람이 짐이 되는 순간. 그때부터 인간이 제일 무서워지더라고요.

존은 글래스를 버립니다. 그냥 버리는 것도 아니고, 아들까지 눈앞에서 죽이고, 산 채로 묻어버립니다.

여기서 느낀 건 하나였어요. 자연보다 사람이 더 잔인하다.

그리고 그때부터 영화는 완전히 바뀝니다. 이건 생존 영화가 아니라 집념 영화가 됩니다.

기어서 이동하고, 상처를 불로 지지고, 먹을 수 있는 건 다 먹고, 물에 떠내려가고, 다시 일어나고.

솔직히 보면서 몇 번은 생각했어요. “이게 가능해?” 근데 또 계속 보게 됩니다.

그리고 그 장면. 죽은 말 안으로 들어가는 장면.

이건 진짜 충격이라기보다, 그냥… 인간이 어디까지 내려갈 수 있는지 보여주는 느낌이었어요. 보기 힘든데, 이상하게 눈을 못 떼겠더라고요.

결국 글래스는 살아서 돌아옵니다. 여기까지 오는 과정 자체가 이미 영화 한 편인데, 그 뒤에도 끝이 아닙니다.

마지막까지 쫓아가고, 결국 마주하고, 그런데 직접 끝내지 않습니다.

그 선택이 저는 되게 인상 깊었어요. 그냥 복수로 끝났으면 이 영화 기억 안 났을 것 같아요.

영화로 인한 부끄러운 감정

저는 솔직히 말하면, 힘든 상황에서 오래 버티는 타입은 아닙니다. 어느 정도 선까지는 버티다가, “아 이건 아닌데” 싶으면 빨리 내려놓는 편이에요.

근데 이 영화를 보면서 계속 비교가 됐어요.

저 사람은 저 상태에서도 가는데, 나는 왜 이 정도에서도 멈추려고 하지?

물론 상황 자체가 다르죠. 저는 눈밭에서 기어 다니는 상황이 아니니까. 근데 이상하게 그 감정은 연결되더라고요.

글라스는 희망적인 말을 하지 않습니다. 계획도 없습니다. 그냥 한 가지예요.

“죽지 말자.”

그거 하나로 움직입니다.

저는 그게 제일 크게 와닿았어요. 우리가 생각하는 의지라는 건 되게 멋있고 단단한 이미지잖아요.

근데 이 영화에서의 의지는 진짜 별거 없습니다. 더럽고, 처절하고, 보기 싫을 정도로 망가져 있는데 그래도 계속 가는 거.

저는 그게 더 현실 같았습니다.

특히 죽은 말 안 장면은 그냥 충격이 아니라, “아… 나였으면 여기서 포기했겠다” 이 생각이 먼저 들었어요.

또 하나 느낀 건, 자연 앞에서 인간은 진짜 아무것도 아니라는 거였습니다.

풍경은 아름다운데, 그 안에 들어가면 바로 죽을 수도 있는 공간. 그 안에서 살아남는다는 건 그냥 대단한 게 아니라 거의 기적에 가까운 느낌이었어요.

그래서 더 아이러니했습니다. 그런 환경 속에서도 인간은 서로를 죽입니다.

그게 제일 씁쓸했습니다.

명작이지만 호불호가 강함

이 영화, 잘 만든 건 맞습니다. 연기, 연출, 분위기 다 뛰어나요.

특히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연기는 말 안 해도 될 정도입니다. 대사 없이도 다 전달됩니다.

근데 솔직히 단점도 있습니다.

느립니다. 진짜 느립니다.

장면 하나하나가 길어요. 몰입하면 좋은데, 집중 깨지면 바로 지루해질 수 있는 구조입니다.

그리고 현실성. 이건 사람마다 다르게 느낄 것 같아요.

저는 보면서 몇 번이나 생각했습니다. “이건 좀 과한데?”

근데 또 한편으로는, 이 영화는 현실 재현이 목적이 아니라 인간의 집념을 극단까지 밀어붙이는 영화라고 생각하면 이해는 됩니다.

마지막 결말도 좋았습니다. 복수로 끝내지 않는 선택.

저는 오히려 그게 더 현실적이라고 느꼈어요. 이미 너무 많은 걸 잃은 사람이 마지막까지 똑같이 피로 끝내는 게 오히려 더 허무하게 느껴졌을 것 같거든요.

이 영화는 시원하게 끝나는 영화가 아닙니다. 대신 오래 남는 영화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걸 그냥 “재밌다”라고 추천하기는 좀 애매합니다. 대신 이렇게 말하고 싶어요.

“한 번은 꼭 봐야 하는 영화.”

편하게 보려고 하면 힘들고, 제대로 보면 오래 남습니다.

저한테는 그런 영화였습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c5XCR5IPiv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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