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6년 개봉 이후, 영화 '라라랜드(La La Land)'는 단순한 뮤지컬을 넘어선 예술적 영화로 자리잡았습니다. 음악, 연출, 색채, 연기, 서사까지 모든 요소가 유기적으로 맞물려 있는 이 작품은 특히 음악 전공자들에게 단순 감상을 넘는 깊은 영감을 줍니다. 저스틴 허위츠가 작곡한 OST는 화려하거나 과장된 뮤지컬 스타일 대신, 감정의 섬세한 흐름을 따라가는 절제된 구성으로 음악 이론, 화성학, 작곡 기법에 흥미를 가진 이들에게 학문적 분석의 소재로도 적합합니다. 본문에서는 음악 전공생의 관점에서 라라랜드 OST의 화성적 매력, 서사와의 연계성, 사운드 디자인 및 실제 제작 기법까지 세부적으로 살펴봅니다.
라라랜드 OST의 화성 구성과 작곡 기법
라라랜드의 OST는 단순히 ‘좋은 음악’을 넘어서, 작곡가 저스틴 허위츠가 보여주는 음악적 언어가 집약된 결과물입니다. 전공자의 시선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점은 '화성 진행'의 다양성과 테마의 유기적 전개 방식입니다.
대표곡 “City of Stars”의 경우, 단순한 구조처럼 들리지만 Fm에서 출발하여 Ab, Dbmaj7, Gdim7 등 독특한 코드로 전개되며 감정의 색채를 풍부하게 만듭니다. 일반적인 팝이나 뮤지컬 곡보다 클래식 재즈 어법에 가까운 코드 구성을 갖고 있어 이 곡은 실제 화성학 수업에서도 사례로 다뤄질 수 있을 만큼 교과서적인 완성도를 지닙니다.
특히 “Mia & Sebastian’s Theme”는 영화 전체에서 반복되는 주요 테마로, 이 하나의 멜로디를 기반으로 다양한 악기 편성, 템포, 리듬, 조성 변화를 주며 극의 전개와 감정선을 표현합니다. 이 방식은 리하르트 바그너의 '라이트모티프(Leitmotif)' 기법과 유사하며, 클래식 음악에서 사용하는 주제 변주 작법의 현대적 응용이라 볼 수 있습니다.
또한, 작곡 기법에서도 '간결함 속의 감정'을 중요시하고 있다는 점이 전공자의 관심을 끕니다. 화려한 기교나 빠른 템포, 복잡한 멜로디가 아닌, 간결하면서도 깊은 감정을 이끌어내는 선율 중심의 구성은 학생들에게 ‘무엇이 좋은 멜로디인가’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게 합니다. 이는 작곡가로서의 방향성을 고민하는 전공생들에게 큰 통찰을 제공하는 대목입니다.
게다가 리듬 구조도 단순하지 않습니다. “Another Day of Sun”에서는 4/4 박자지만 중간중간 폴리리듬과 액센트 변형을 통해 스윙 재즈의 특유의 느낌을 강조하며, 실제 연주 시 고도의 리듬 해석이 필요합니다. 이 곡은 앙상블 합주나 리듬 분석 수업에서 활용 가능한 좋은 예시입니다.
영화 서사와 음악의 감정적 통합 구조
뮤지컬 영화에서 음악은 단순한 배경음이 아니라, 이야기 전개와 감정 표현을 위한 핵심 도구입니다. 라라랜드는 이러한 역할을 극대화한 영화로, 음악이 캐릭터의 심리와 극의 흐름을 주도합니다. 이 부분은 음악극(Music Drama) 구조를 이해하고자 하는 전공자에게 매우 유익한 학습 요소입니다.
초반에 등장하는 “Another Day of Sun”은 LA의 하이웨이에서 갑자기 펼쳐지는 댄스 장면으로, 활기차고 밝은 선율이 도시의 역동성을 상징합니다. 하지만 가사 내용을 살펴보면 "꿈을 좇는 이들의 반복된 실패"라는 아이러니한 메시지를 담고 있어 음악과 영상이 단순히 경쾌한 분위기를 전하는 것에 머물지 않습니다. 이는 감정의 '이중 구조'를 보여주는 기법으로, 뮤지컬 장르에서 자주 사용되는 ‘행복한 멜로디 속의 슬픈 진실’을 표현합니다.
미아가 오디션에서 부르는 “Audition (The Fools Who Dream)”은 영화의 정서적 중심이자, 미아의 내면을 가장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곡입니다. 이 곡은 전형적인 아리아 구조를 따르며, 소프트 피아노 반주 위에서 감정선이 점차 고조되다가 클라이맥스에서 폭발하는 구성입니다. 전공자 입장에서는 이 곡을 통해 '극적인 감정 전개를 위한 다이내믹 설계'를 배울 수 있습니다.
특히 마지막 장면인 에필로그에서 보여지는 시퀀스는 음악적으로 하나의 교향악적 환상을 구성합니다. '만약 그랬더라면'의 대안 서사를 음악과 영상으로 풀어내는 이 장면에서는, 영화에 사용된 거의 모든 테마가 요약되어 등장하며, 각각의 테마가 어떻게 상황과 감정에 따라 달라지는지를 보여줍니다. 이 부분은 한 편의 음악극 전체를 요약하는 듯한 느낌을 주며, 실제로 오페라나 발레에서 사용되는 ‘피날레 변주 구조’와 유사합니다.
악기 편성, 사운드 디자인, 녹음 기법의 정교함
라라랜드 OST는 단순히 작곡과 멜로디뿐 아니라, 편곡과 사운드 디자인 측면에서도 매우 완성도가 높은 작품입니다. 일반적으로 현대 영화음악은 디지털 악기를 사용한 제작이 많지만, 라라랜드는 오케스트라 실연을 기반으로 하며, 연주의 생동감과 음향의 깊이가 살아 있습니다.
실제 저스틴 허위츠는 이 영화의 음악을 녹음하면서 아날로그 장비와 빈티지 마이크를 사용하여 클래식 재즈의 질감을 살렸습니다. 예를 들어, “Planetarium” 트랙에서는 하프, 플루트, 현악기 등이 풍부한 잔향을 동반하며 아름다운 우주적 이미지를 형상화합니다. 이 곡은 믹싱 기술이 단순히 소리를 '깔끔하게 만드는' 작업이 아니라, 특정 감정과 장면을 위한 연출 도구로 작동하는 방식을 보여줍니다.
재즈 악기 편성 또한 흥미로운 부분입니다. 피아노, 색소폰, 콘트라베이스, 브러쉬 드럼은 단순한 연주 도구가 아닌 감정 전달 수단입니다. 특히 “Herman’s Habit” 같은 곡은 완전히 즉흥적인 재즈 느낌을 살렸으며, 이 곡의 악보와 실연을 분석하면 재즈 편곡 수업에서도 훌륭한 사례가 됩니다.
녹음 과정에서도 다채로운 마이킹 기법이 사용되었습니다. 스트링 섹션의 경우 오버헤드와 클로즈 마이크를 적절히 혼합하여 공간감과 밀도감을 조절했으며, 피아노 역시 해머음과 페달 소리까지 잡아내는 고감도 마이크를 사용하여 생생한 질감을 살렸습니다. 이 모든 과정은 음향디자인, 사운드 믹싱, 마스터링을 배우는 전공자들에게 실용적 사례로 활용될 수 있습니다.
음악 교육 자료로서의 라라랜드 OST
라라랜드 OST는 단순 감상의 대상이 아니라, 음악 교육 자료로도 매우 유용합니다. 화성학, 작곡, 편곡, 녹음, 믹싱, 연주, 보컬 분석 등 다양한 분야에서 다각도로 활용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음악대학이나 실용음악 아카데미에서는 “City of Stars”나 “Audition”을 화성 분석이나 보컬 트레이닝 자료로 활용할 수 있으며, 재즈 전공 학생들에게는 “Herman’s Habit”의 리듬 해석 및 임프로비제이션(즉흥 연주) 연습용 곡으로 적합합니다. 클래식 전공자라면 “Planetarium”이나 “Epilogue”의 오케스트레이션 분석을 통해 현대 영화음악의 오케스트라 활용법을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습니다.
또한, 영상음악을 전공하는 학생들은 OST가 어떻게 영상의 톤과 색감, 배우의 표정, 카메라 워크와 결합되어 시청각의 통합 예술로 완성되는지를 연구할 수 있습니다. 라라랜드는 단순한 음악 삽입이 아닌, ‘음악으로 영화가 구성된’ 작품이라는 점에서 교육적 가치가 매우 큽니다.
결론: 음악 전공생에게 주는 깊은 인사이트
‘라라랜드’의 음악은 감상만으로도 충분히 감동을 주지만, 음악 전공자의 시선에서 본다면 그 깊이는 훨씬 더 넓고 깊습니다. 단순한 멜로디와 가사를 넘어서, 이 영화는 음악이 서사를 주도하고, 감정을 구성하며, 캐릭터의 내면을 대변하는 역할을 완벽하게 수행합니다.
작곡 기법, 화성 구성, 테마 변주, 악기 편성, 사운드 디자인, 믹싱 기법 등 모든 측면에서 전공생들에게 실질적인 학습 자료가 되며, 창작에 있어 방향성과 영감을 제공하는 ‘현대 영화 음악의 교과서’와도 같습니다. 라라랜드 OST는 대중성과 예술성을 동시에 갖춘 드문 작품이며, 감성과 이론을 함께 공부하는 음악 전공자들에게 한 번쯤은 반드시 분석해봐야 할 가치 있는 음악입니다.
이제 단순히 감상자가 아닌 분석가, 창작자의 시선으로 라라랜드를 다시 감상해 보세요. 그리고 그 안에서 자신만의 음악을 발견하시길 바랍니다.